두려움 없는 삶에 대하여

저   자
에픽테토스 (지은이), 박문재 (옮긴이)
출판사
현대지성
가   격
28000
출판일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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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책 소개


에픽테토스의 교실은
로마판 ‘인생 상담소’에 가까웠다

고대 철학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근엄한 철학자가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고, 제자들은 조용히 받아 적는 장면이다. 에픽테토스의 교실은 꽤 다르다. 여기에는 황제의 눈치를 보는 관리가 들어오고, 법정에 갈 일이 걱정되는 사람이 찾아오고, 공연을 앞두고 벌벌 떠는 음악가가 앉아 있다. 사랑 때문에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던진 군인도 등장한다. 그가 다루는 것은 ‘존재란 무엇인가’보다 “나는 왜 저 사람의 말 한마디 때문에 이렇게 흔들리는가”에 훨씬 가깝다. 실제 목차만 펼쳐봐도 불안, 질병, 고독, 우정, 권력, 명예, 가난, 분노가 줄줄이 나온다.

그중 압권은 원로원에서 자기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스토아 철학자 아그리피누스의 일화다. 판결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상황인데 그는 예정된 시간에 운동을 하러 간다. 운동을 마친 뒤 추방형이 선고됐다는 말을 듣고서 그가 뱉은 말은 대략 이렇다. “그렇다면 식사 장소만 바꾸면 되겠군.” 철학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큰일이 벌어졌다고 해서 오늘 해야 할 일까지 모두 무너뜨리지 않는 태도라는 것을 이보다 더 유쾌하게 보여주기도 어렵다.

에픽테토스는 독자에게 늘 이런 식으로 허를 찌른다. 감옥에 갇힐 수는 있다. 다리는 묶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속에서까지 감옥 생활을 미리 시작해야 하겠는가? 그는 자신의 선택의지는 제우스조차 꺾을 수 없다고 밀어붙인다.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왜 황제와 정치가와 군인들에게까지 오래 읽혔는지 조금씩 이해된다. 위로를 잘해서가 아니다. 핑계를 아주 잘 끊어내기 때문이다.

■ 저자 에픽테터스
노예로 태어나 ‘인간은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평생 탐구한 로마 제국 시대의 스토아 철학자. 소아시아 프리기아의 히에라폴리스 출신으로, 젊은 시절 로마로 옮겨 네로 황제의 궁정과 연결되어 있던 해방 노예 에파프로디토스의 소유가 되었다. 이 시기에 당대의 대표적인 스토아 철학자 무소니우스 루푸스에게 철학을 배웠다. 이론보다 실천을 중시한 스승의 가르침은 그의 철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해방된 뒤 로마에서 철학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나, 서기 90년대 초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철학자들을 이탈리아에서 추방하자 그리스 북서부 니코폴리스로 옮겨 철학 학교를 세웠다. 그의 교실에서 철학은 지식이 아니라 훈련이었다. 죽음과 질병, 권력과 명예, 인간관계와 욕망 앞에서 자기 판단을 잃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끊임없이 묻고 연습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상류층 제자들을 통해 로마 사회에 널리 퍼졌고 훗날 황제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사유에도 이어졌다.

에픽테토스 철학을 관통하는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근본적이다. “무엇이 내게 달려 있고, 무엇이 내게 달려 있지 않은가?” 몸과 재산, 평판과 지위, 타인의 행동과 결과는 완전히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을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무엇에 동의하며,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사람으로 행동할지는 자신의 몫이다.

자유를 빼앗긴 처지에서 출발한 에픽테토스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유의 본질을 사유했다. 훗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스승 루스티쿠스를 통해 그의 『담화록』을 접했고, 『명상록』에서 에픽테토스의 말을 직접 인용했다. 이후 몽테뉴와 파스칼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철학은 인간이 외부의 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판단과 삶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사유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는다.

■ 역자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독일 보쿰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고전어 연구 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에서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책으로는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플라톤 국가』, 『이솝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 차례
아리아노스가 루키우스 겔리우스에게 보낸 편지


제1부 빼앗길 수 없는 자유의 시작 
?? 담화록 제1권

1.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하여
2.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다움을 지키는 법
3. 신이 인간의 아버지라는 사실에서 무엇이 따라 나오는가
4. 진보에 대하여


제2부 세계의 질서 속에서 나의 자리를 찾는 법
?? 담화록 제1권

5. 아카데메이아학파에 대하여
6. 섭리에 대하여
7. 변형 논증과 가언 논증 등의 필요성에 대하여
8. 배우지 못한 사람에게 능력은 위험하다는 것
9. 인간이 신의 친족이라는 사실에서 무엇이 따라 나오는가
10. 로마에서 출세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11. 가족애에 대하여
12. 만족하며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하여
13. 모든 일을 신들이 기뻐하시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4. 신적인 존재가 모든 사람을 지켜본다는 것
15. 철학은 무엇을 약속하는가
16. 섭리에 대하여


제3부 권력과 시련 앞에서 나를 지키는 길
??담화록 제1권

17. 논리학은 필수적이라는 것
18.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화내서는 안 된다는 것
19. 참주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20. 이성은 어떻게 자기 자신을 고찰하는가
21. 남들의 칭찬과 감탄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22. 보편개념에 대하여
23. 에피쿠로스에게
24. 시련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25. 같은 주제에 대하여
26. 삶의 법칙은 무엇인가
27. 인상은 몇 가지 방식으로 생기며, 인상을 다루려면 어떤 방책을 준비해야 하는가
28. 사람들에게 화내서는 안 되는 이유와 인간에게 작은 일과 큰일
29. 굳건함에 대하여
30. 각 상황마다 무엇을 즉시 꺼내 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가


제4부 불안은 사건이 아니라 판단에서 시작된다
??담화록 제2권

1. 대담함과 신중함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2. 평정심에 대하여
3. 철학자에게 사람을 추천하는 자들에게
4. 간통하다가 발각된 적이 있는 사람에게
5. 대범함과 세심함은 어떻게 양립하는가
6.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7. 점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8. 선의 본질은 무엇인가
9. 인간의 소임도 다하지 못하면서 철학자의 소임을 떠맡는다는 것
10. 이름을 통해 삶의 의무를 발견하는 법
11. 철학의 출발점은 무엇인가
12. 대화와 논쟁에 대하여
13. 불안에 대하여


제5부 철학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된다
??담화록 제2권

14. 나소에게
15. 자신이 내린 어떤 판단을 완고하게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16. 우리는 좋은 것과 나쁜 것에 관한 판단을 적용하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
17. 보편개념을 개별 사안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18. 인상에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하는가
19. 철학자의 가르침을 말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20. 에피쿠로스학파와 아카데메이아학파 사람들에게
21. 자기모순에 대하여
22. 우정에 대하여
23. 말하는 능력에 대하여
24. 에픽테토스가 대답할 만하다고 여기지 않은 사람에게
25. 논리학이 왜 필요한가
26. 오류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인가


제6부 몸과 세상이 나를 시험할 때
?? 담화록 제3권

1. 몸치장에 대하여
2. 진보하려는 사람이 훈련해야 할 세 영역과 우리가 가장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는 이유
3. 좋은 사람이 다루어야 할 대상과 중점적으로 훈련해야 할 것
4. 극장에서 특정 희극배우를 볼썽사납게 편든 사람에게
5. 병 때문에 학교를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6. 여러 주제에 관한 단편들
7. 자유도시 감독관인 한 에피쿠로스주의자에게
8. 인상에 대처하려면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가
9. 소송 때문에 로마로 가던 한 수사학자에게
10. 질병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11. 여러 주제에 대하여
12. 수련에 대하여
13. 고독이란 무엇이며, 누가 고독한 사람인가


제7부 세상 한가운데서도 나를 잃지 않는 법
?? 담화록 제3권

14. 여러 주제에 대하여
15. 모든 일에 신중하게 착수해야 한다는 것
16. 사람들과의 교제에 신중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
17. 섭리에 대하여
18. 어떤 소식에도 동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
19. 일반인과 철학자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20. 모든 외적인 것으로부터 유익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21. 가벼운 마음으로 철학 강연가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22. 견유 철학자의 소명에 대하여
23. 과시할 목적으로 강독하고 강연하는 사람들에게
24.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에 애착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대하여
25. 계획한 것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 대하여
26. 궁핍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제8부 자유를 얻으려면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가
?? 담화록 제4권

1. 자유에 대하여
2. 사회적 교제에 대하여
3. 무엇과 무엇을 교환해야 하는가
4. 조용한 생활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5. 다투기 좋아하고 야수 같은 사람들에게
6. 동정받는 것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7. 두려움 없음에 대하여
8. 성급하게 철학자의 외양을 갖추려는 사람들에게
9. 파렴치한 사람으로 변해버린 사람에게
10. 무엇을 가볍게 여기고 무엇을 중시해야 하는가
11. 청결에 대하여
12. 주의에 대하여
13. 자기 일을 쉽게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제9부 자유를 가로막는 착각부터 버려라
?? 편람

1.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달려 있지 않은 것
2. 욕구와 혐오, 행위 충동과 거부에 대하여
3.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기억하라
4. 무슨 일을 하려는지 미리 생각하라
5. 사람을 동요시키는 것은 판단이다
6. 남의 장점을 자기 것처럼 자랑하지 마라
7. 선장이 부르면 모든 것을 놓아라
8.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원하라
9. 선택의지는 방해받지 않는다
10. 인상에 대처할 능력을 찾아라
11. 잃었다고 하지 말고 돌려주었다고 말하라
12. 평정을 위해 치르는 값을 받아들여라
13. 외적인 것에 관해서는 어리석어 보이는 것을 감수하라
14. 자유롭고 싶다면 남에게 달린 것을 원하지 마라
15. 연회에서처럼 네 차례를 기다려라
16. 남을 위로하되 그 판단까지 함께 받아들이지는 마라
17. 네게 주어진 배역을 훌륭하게 연기하라
18. 불길한 전조도 이롭게 사용할 수 있다
19. 이길 수 없는 경기에 나서지 마라
20. 너를 화나게 하는 것은 너의 판단이다
21. 죽음과 추방을 날마다 눈앞에 두어라


제10부 관계와 의무 속에서 자유를 실천하는 법
?? 편람

22. 철학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라
23. 철학자인 것으로 만족하라
24. 신의와 염치를 지키는 것도 조국을 돕는 일이다
25. 외적인 것을 얻으려면 그 값을 치러야 한다
26. 남의 일을 볼 때와 같은 눈으로 자기 일을 보라
27. 악은 목표로 세워진 것이 아니다
28. 자기 판단을 아무에게나 넘겨주지 마라
29. 시작하기 전에 과정과 결과를 살펴라
30. 의무는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31. 신들을 공경하는 것에 대하여
32. 점술을 바르게 사용하라
33. 일상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
34. 쾌락의 인상 앞에서 시간을 벌어라
35. 옳은 일을 한다면 비난을 두려워하지 마라
36. 사물의 가치뿐 아니라 관계의 가치도 보라
37. 능력을 넘어서는 역할을 맡지 마라
38. 주도적 이성이 다치지 않게 하라
39. 육신의 필요를 소유의 척도로 삼아라
40. 여성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길
41. 육신이 아니라 판단을 돌보라
42. 잘못한 사람은 자기 판단에 속은 것이다


제11부 철학은 반복할 때 삶이 된다
?? 편람

43. 모든 일에는 두 개의 손잡이가 있다
44. 재산과 말솜씨가 곧 너인 것은 아니다
45. 관찰한 사실과 판단을 구별하라
46. 철학을 말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어라
47. 훈련을 과시하지 마라
48. 진보하는 사람의 증표
49. 해석이 아니라 실천을 자랑하라
50. 철학의 원칙을 법처럼 지켜라
51. 더 이상 미루지 마라
52.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53. 언제나 손 가까이에 두어야 할 말들


제12부 흩어진 기록에서 되찾은 목소리
?? 단편

[단편 1~3] 아리아노스가 전하는 에픽테토스의 말 중에서
[단편 4~8] 루푸스가 우정에 관해 말하면서 인용한 에픽테토스의 말 중에서
[단편 9]
[단편 10]
[단편 10a]
[단편 11] 아리아노스의 권면 강연 중에서
[단편 12] 아리아노스의 글 중에서
[단편 13~16] 에픽테토스를 회상하는 글 중에서
[단편 17~21] 에픽테토스의 말 중에서
[단편 22] 아그리피누스의 말 중에서
[단편 23~25] 에픽테토스의 말 중에서
[단편 26]
[단편 27]
[단편 28]
[단편 28a]
[단편 28b]


해설 | 박문재

더 깊이 읽기 | 인상과 선택의지, 에픽테토스의 정수를 내 것으로 만드는 두 개의 열쇠

에픽테토스 연보

 



도서요약

두려움 없는 삶에 대하여


빼앗길 수 없는 자유의 시작 
담화록 제1권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다움을 지키는 법
이성적 존재가 견딜 수 없는 것은 오직 비이성적인 것이며, 이성에 부합하는 것은 견딜 수 있습니다. 채찍질도 본성상 견딜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라케다이몬인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채찍질을 견디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배웠기 때문에 실제로 그것을 견뎌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목매는 일은 본성상 견딜 수 없는 일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이치에 맞는 일이라고 판단하면, 실제로 가서 스스로 목을 맵니다.

요컨대 주의 깊게 살펴보면, 어떤 것도 비이성적인 것만큼 이성적 존재를 괴롭히지 못하며, 반대로 어떤 것도 이성적인 것만큼 이성적 존재를 강하게 이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이 이성적이고 무엇이 비이성적인지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유익한 것과 무익한 것이 그러하듯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에 관한 타고난 보편개념을 구체적인 상황에 자연의 이치에 맞게 적용하는 법을 배우도록 훈련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성적인 것과 비이성적인 것을 가릴 때는, 외적인 사물들의 가치만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본모습이 무엇인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남의 요강을 받쳐주지 않으면 매를 맞고 끼니도 얻지 못하지만, 받쳐주면 그런 고통과 괴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남의 요강을 받쳐주는 것도 이성에 부합하는 선택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을 위해 요강을 받치는 일만이 아니라, 남이 자기를 위해 요강을 받치는 일조차 견딜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내게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요강을 받쳐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먹을 것을 얻는 것이 얻지 못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고, 매를 맞지 않는 것이 맞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니 먹을 것과 매질의 손익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가서 다른 사람을 위해 요강을 받치고 있으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요강을 받치는 일은 내게 어울리지 않습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따질 일이 아니라 당신이 따질 일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스스로를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지, 또 얼마에 자신을 팔 것인지는 당신만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을 파는 값은 다릅니다.

그래서 플로로스가 네로의 공연에 나가 자신도 무대에 참여해야 할지를 두고 망설이고 있을 때 아그리피누스는 그에게 “공연하십시오”라고 대답했습니다. 플로로스가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왜 공연하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아그리피누스는 “나는 그런 일을 두고 아예 고민조차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사람은 일단 그런 문제를 두고 망설이기 시작하고, 외적인 것들의 가치를 저울질하기 시작하는 순간, 자신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잊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내게 이렇게 묻는다고 합시다. 

“죽는 것과 사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합니까?”
“삶입니다.”
“고통과 쾌락 가운데서는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합니까?”
“쾌락입니다.”
“하지만 내가 비극 무대에 서지 않으면 목이 달아납니다.”
“그렇다면 가서 공연하십시오. 나는 공연하지 않겠습니다.”
“왜 당신은 공연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자신을 옷감의 실 한 올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실 한 올이라면 다른 실과 다르지 않아야 하므로 당신은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는 편을 택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비록 작은 부분일지라도 선명하게 빛나 옷 전체를 아름답고 품위 있게 만드는 자주색 실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왜 나더러 다른 사람과 같아지라고 합니까? 그렇게 되면 어떻게 내가 자주색 실로 남을 수 있겠습니까?”

헬비디우스 프리스크도 이 점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아는 사람답게 행동했습니다. 베스파시아누스가 그에게 사람을 보내 원로원에 나오지 말라는 황제의 명령을 전했을 때 프리스크스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폐하께서 나를 원로원 의원으로 남지 못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원로원 의원인 동안에는 원로원에 출석해야 합니다.”

황제가 말했습니다. “좋다. 원로원에 나오기는 하되 아무 말도 하지 마라.”

프리스크스가 대답했습니다. 

“제 생각을 묻지 않으신다면 침묵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네 생각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너를 처형하겠다.”

프리스크스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언제 불사신이라고 말씀드렸습니까? 폐하께서는 폐하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겠습니다. 나를 죽이는 것은 폐하의 일이고, 두려움 없이 죽는 것은 나의 일입니다. 나를 유배 보내는 것은 폐하의 일이고, 슬퍼하지 않고 떠나는 것은 나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한 사람에 불과한 프리스크스가 대체 무엇을 이루었다는 것입니까? 자주색 실이 옷에 무슨 역할을 합니까? 다만 자주색을 띠기 때문에 옷 가운데서 두드러지고, 다른 모든 올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될 뿐입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런 상황에서 원로원에 나오지 말라고 명령한 황제에게 “제게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에게는 애초에 황제가 원로원에 나오지 말라고 명령할 일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황제는 그런 사람이 원로원에 나와도 흙으로 빚은 항아리처럼 가히 앉아 있거나, 설령 입을 열더라도 황제가 원하는 말만 할 뿐 아니라, 거기에 황제가 듣기 좋아할 말까지 스스로 덧붙일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기를 절단하지 않으면 죽게 될 처지에 놓였던 한 운동선수도 그런 식으로 행동했습니다. 철학자였던 그의 형제가 찾아와 말했습니다. “자, 형제여, 이제 어찌할 생각인가? 성기를 절단하고라도 체육관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운동선수는 끝내 절단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죽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에픽테토스에게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운동선수로서입니까, 아니면 철학자로서입니까?”라고 묻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는 남자로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그는 단지 바톤의 훈련장에서 몸에 기름을 바르던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올림피아 경기에서 이름이 불리고 실제로 승부를 겨루었으며 그런 명예와 삶의 방식 속에서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렇게 한 것입니다.”   

그런 경우 어떤 사람은, 목 없이 살 수만 있다면 자기 목가지도 내놓았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걸맞게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판단할 때마다 자신의 인격과 역할을 함께 고려해온 사람에게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자각이 결정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세계의 질서 속에서 나의 자리를 찾는 법
담화록 제1권
철학은 무엇을 약속하는가
어떤 사람이 자기 형을 설득하여 더 이상 자신에게 화를 품지 않게 할 방법을 묻자, 에픽테토스가 대답했습니다. “철학은 사람에게 외적인 것들 가운데 어느 것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약속한다면 철학은 자기 고유의 재료를 벗어난 일을 떠맡는 셈이기 입니다. 목수에게는 나무가 재료이고 조각가에게는 청동이 재료이듯, 삶의 기술에는 각자가 살아가는 자기 삶이 재료입니다.”

그 사람이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내 형의 삶은 어떻습니까?”

에픽테토스가 대답했습니다. 

“당신 형의 삶은 형 자신의 삶의 기술에는 재료가 됩니다. 그러나 당신의 삶의 기술에는 밭이나 건강이나 평판과 마찬가지로 외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철학은 그런 것들 가운데 어느 것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에픽테토스는 철학의 약속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도적 이성을 본성에 맞는 상태로 지키겠다.”

그 사람이 물었습니다. 

“누구의 주도적 이성을 말하는 것입니까?”

에픽테토스가 대답했습니다. 

“철학이 자리 잡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의 주도적 이성입니다.”
그 사람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내 형이 나에게 화를 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신의 형을 내게 데려오십시오. 그러면 그에게 말해주겠습니다. 그러나 형의 분노에 관해서는 당신에게 해줄 말이 없습니다.”

조언을 구하던 사람이 말했습니다. 

“내가 묻는 것은 이것입니다. 형이 나와 화해하려 하지 않더라도, 내가 어떻게 본성에 맞는 상태를 지킬 수 있습니까?”

“위대한 것은 어느 것도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포도송이나 무화과조차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당신이 지금 나에게 ‘무화과를 원합니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먼저 꽃이 피고, 그다음 열매가 맺히며, 그 열매가 익어야 합니다. 무화과나무의 열매조차 갑자기, 한 시간 만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인간의 판단에서 맺히는 열매를 그토록 짧은 시간에, 그토록 쉽게 얻으려 합니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도 곧바로 기대하지 마십시오.”


권력과 시련 앞에서 나를 지키는 길
담화록 제1권
시련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시련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시련이 닥칠 때마다, 신이 경기의 훈련관처럼 당신을 거친 젊은 선수와 맞붙여놓았다고 생각하십시오. 

“무엇을 위해서입니까?” 

올림피아 경기의 승자가 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땀을 흘리지 않고는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운동선수가 맞상대를 활용하듯 이 시련을 활용한다면, 당신보다 더 좋은 단련의 기회를 얻은 사람은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당신을 로마로 정찰 보내려 한다고 합시다. 누구도 겁쟁이를 정찰병으로 보내지는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작은 소리만 듣거나 어디선가 그림자만 보아도 겁에 질린 채 달려와 적이 벌써 가까이 있다고 보고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돌아와서 이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로마의 상황은 두렵기 짝이 없습니다. 죽음은 끔찍하고 유배도 끔찍하며, 모욕도 끔찍하고 가난도 끔찍합니다. 여러분, 도망치십시오. 적들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물러가라. 그런 예언은 너 자신에게나 하라. 우리의 잘못은 오직 너 같은 정찰병을 보냈다는 뿐이다. 너보다 먼저 정찰병으로 파견된 디오게네스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보고를 했다. 그는 죽음은 악이 아니라고 했다. 죽음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불명예란 미친 사람들이 내는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정찰병이 고통과 쾌락과 가난에 관해 어떤 말을 했는지도 생각해보라. 그는 벌거벗고 지내는 것이 자주색 띠를 두른 어떤 옷보다 낫고, 아무것도 깔지 않은 땅에서 자는 것이 가장 부드러운 침대라고 했다. 그는 그 모든 주장에 대한 증거로 자신의 담대함과 평정심과 자유를 내놓았고, 윤이 나고 단단히 단련된 자기 몸까지 보여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까이에 적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평화로 가득하다.’”

“어떻게 그렇다는 말입니까, 디오게네스?”
“보라. 내가 얻어맞았는가? 상처를 입었는가? 누구에게서 달아났는가?”

이래야 제대로 된 정찰병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돌아와서 두서없는 보고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다시 가서 겁을 떨치고 좀 더 정확히 살펴보지 않겠습니까?

상대가 묻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에픽테토스가 답합니다. 

“배에서 내릴 때 어떻게 합니까? 키나노를 들고 내립니까? 무엇을 가지고 내립니까? 자기 것인 작은 기름병과 여행 주머니만 가지고 내립니다. 지금도 무엇이 자기 것인지를 기억한다면 남의 것을 탐내거나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권력자가 명령합니다. 

“넓은 자주색 띠가 있는 옷을 벗어라.”

자유로운 사람이 답합니다. 

“자, 이제 좁은 자주색 띠가 있는 옷입니다.”
“그것도 벗어라.”
“자, 이제 겉옷 하나뿐입니다.”
“그것도 벗어라.”
“자, 이제 알몸입니다.”

권력자가 말합니다. 

“그래도 너는 내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이 작은 몸까지 통째로 가져가십시오.”

몸까지 던져버릴 수 있는 내가 아직도 그 사람을 두려워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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