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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필모그래피와 비평적 관점에서 쓰인바이오그래피를 통해 대상 영화음악가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살핀다. 그리고 음악 작업과 영화음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뒤엔 각 영화음악가들의 작품 중 대표적인 두 편을 골라 평을 실었다.
■ 저자 김관희
대구에서 태어났다. 영남대 미술대학을졸업하고 음악, 영화 작업을 병행했다.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음악감독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 모더레이터로 일하고, 2007년 재개봉한영화 "로보트 태권브이" 사운드트랙의 복각작업에 참여했다. 2007년 현재 영화음악 전문 웹사이트 OST-BOX의 대표로 있으며, 「조선일보」,「중앙일보」, 부산/울산MBC에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며 작가,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프롤로그 : 영화음악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김준석 - 열혈남아, 그 남자 작업의 정석
복숭아 - 공동영화음악구역,후아유?
원 일 - 영화음악의 난, 그 아름다운 발견
이동준 - 영화음악만가, 그 깃발 휘날리며
이병우 - 천만 관객, 괴물같은 영화음악을 위하여
이재진 - 오아시스 같은, 우리들의 행복한 영화음악
조성우 - 영화음악의 탄생, 사랑해 성우 씨
조영욱- 친절한 영화음악, 달콤함에 접속하다
한재권 - 영화와 음악이 이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에필로그 : 한국의 영화음악가, 그들이 있기 전
부록
영화음악 용어 풀이
한국 영화음악 음반 발매리스트
감사의 말
영화음악은 나의 힘
복숭아(방준석) - 공동영화음악구역, 후아유?
- BIOGRAPHY
이 세상에는 자유롭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부류의 사람들이 취하는 삶의 방식은 느슨하거나 심지어 경박하게 비춰질 수도 있어 조금은 오해가 생기기도 하는데 영화음악집단 ‘복숭아’가 바로 그렇다. 이런 오해를 풀기보다 차라리 제대로 오해해보는 것이 이들의 종잡을 수 없는 자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까?
록음악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전자음악에 기반한 리믹스작업, 난데없는 DJ 활동 등으로 적지 않은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는 달파란(강기영), 이승열과 함께 전설적인 2인조 모던록밴드 ‘유앤미블루’를 이끌며 시대를 앞선 음악을 들려줬던 기타리스트 방준석, 한국에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로 이미 기적적인 동시에 일상 자체를 예술로 만드는 괴력의 전위음악팀 ‘어어부프로젝트’, 마지막으로 ‘도마뱀’ 밴드활동을 위시해 꾸준히 독창적인 음악을 시도하며 대중적인 입지를 다져왔던 이병훈 - 이렇게 네 팀의 연합공동체인 ‘복숭아’는 거침없는 개성과 놀라운 응집력으로 짧은 기간에 한국 영화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들의 작업 형태는 레고 블록과 같다. 따로 존재하고 있을 때는 그저 조각일 뿐이지만 그것들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오브젝트는 정말로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각기 특징적인 분야와 장르음악에 매진할 때는 록 뮤지션, DJ, 작곡가 등 장르음악의 틀 속에 머물지만 영화 음악이라는 매체에서는 상황과 영상의 질감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는 광범위한 사고와 음악적 구상이 필요하다. 이들의 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이 영화음악 분야에서 활약을 하는 데엔 음악은 물론 미술과 연극, 무용 등을 자유롭게 왕래해온 구성원 각자의 전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영화를 일찌감치 매체로 인식하고 그 자체를 하나의 도구로 사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앤미블루는 뛰어난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중들에게 완전히 외면받았다. 그것은 그들이 취한 노선의 문제라기보다는, 시대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앞서가는 음악을 했던 가혹한 죗값(?)이었다.
방준석과 이승열은 ‘그 시절의 우리 음악은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 받고 있었다’며 겸손함을 내비치고 있지만, 훗날 그들의 작품들은 여전히 재평가의 대상(유앤미블루의 음반은 얼마 전 재발매가 되기 전까지 중고시장에서 20만 원이라는 이례적인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었다)이 되고 있으며, 이렇게 탄탄한 기반을 다졌던 방준석의 음악세계는 이후 영화음악 분야에서도 그대로 충실히 반영됐다. 그렇다고 방준석 음악감독이 과거에 의존해 작업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화음악의 틀은 꾸준히 노력과 학습에서 비롯하여 음악적 발전은 타인들과의 접촉과 자극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1999년과 2000년에 각각 발표된 <텔미 썸딩>과 <공동경비구역 JSA)는 방준석 음악감독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구축한 작품으로, 재능 있는 음악감독의 탄생을 예고하고 향후에 작업기대치를 높인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그의 승승장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YMCA 야구단>에서 음악을 통한 현대와 고전의 성공적인 조우, 음악적 한계를 코미디 장르에서 시험해본 <달마야 서울가자>와 <오! 브라더스>, <후아유>에서는 오리지널 스코어와 자신의 음악적 터전인 팝을 효과적으로 배합해냄으로써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후 방준석 음악감독의 음악은(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피 끓는 장르영화의 실험가인)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주먹이 운다>와 2002년 <죽어도 좋아>를 통해 진솔하게 노인들의 성과 사랑을 묘사했던 박진표 감독의 순애보적인 사랑이야기 <너는 내 운명>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한다.
방준석은 2006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로 제 2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다. 영화를 관조하는 시선과 음악의 눈높이를 일치시키고 조율사로 거듭나기 위한 방준석 음악감독의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방준석 인터뷰
Q. 영화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유앤미블루라는 밴드를 하다가 쉬게 된 후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영화에 저희 음악이 삽입이 됐고, 그 이후로도 몇 번 곡이 쓰이면서 영화 쪽에 발을 들여놓게 됐어요.
Q. 영화음악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A. 사람 사이의 공감이에요. 모든 영화는 인간이 주된 캐릭터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이 겪는 심적 변화라든가 감정의 선, 이런 것들이 빠지면 영화가 될 수 없거든요. 모호하거나 추상적인 의도를 가지고 영화를 찍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영화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고 그래서 교감은 정말 중요해요.
Q. 한국의 영화음악이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갈수록 나아지고는 있는데, 약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줄리아드 음대를 말하자면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이 굉징히 많고 참 잘한대요. 부모들이 열성적으로 밀어주고 학생들은 정말 연습만 하니까요. 하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점점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건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이기도 해요. 창의력을 키우는 것은 많이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인재를 양성할 때 생각을 하고 되새김질해서 내보내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어놓은 구조인 것 같아서 아쉬워요.
조성우 - 영화음악의 탄생, 사랑해 성우씨
- BIOGRAPHY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영화음악가라는 호칭이 과연 가능할까? 오랫동안 영화음악을 들어보면서 항상 이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영화음악깨나 들었다고 자부하는 마니아 집단에서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의문이기도 했다.
인기 있는 영화음악 작곡가의 등장이 영화음악의 발전과 동일시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대로 정리할 역사도 없었던 한국영화의 음악사에 큰 획을 긋고, 그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인물’이 하나쯤 등장해서 그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 나는 마니아들의 욕망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다행히 우리는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실력은 물론 대중적인 감각을 겸비한 작곡가들을 얻었다. 다양하게 표출되는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 이 시기는 체계적인 역사 구축에 늘 실패하던 우리 영화음악계에 전환점이 됐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의 영화음악이라는 텃밭에 씨를 뿌린 선배들의 역사 위에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기름진 토양을 일구고 생존의 방법을 합리적으로 제시한 거의 최초의 인물이다. 여기에서 합리성이란 기본적으로 영화와 음악이 어떤 식으로 공생할 수 있는지(또는 어떻게 공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적인 시각인 동시에 그것이 시장에서 어떻게 새롭게 개척되고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을 뜻한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익히 알려진 대로 철학을 전공한, 사실상 영화음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여러 매체들의 인터뷰 내용에서도 이 부분은 자주 언급되는데, 조성우 감독은 뜻밖에도 “제도권 내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교수가 되는 과정이 힘들게 느껴졌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음악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영화 아카데미 시절 허진호 감독이 단편으로 작업한 <고철을 위하여>의 음악으로 시작된 그의 이력은 본격적인 장편영화인 김성수 감독의 <런어웨이>를 거쳐 한국 영화음악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8월의 크리스마스>로 의미있는 결실을 맺게 된다.
이 작품 이 후 발표된 <정사>와 <약속>역시 그가 전작에서 보여줬던 멜로드라마의 섬세한 감성에 바탕해 만들어졌다. 반면에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와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스코어는 조성우라는 이름이 걸린 작품 중에서도 형식미와 곡의 전개등 기본적인 패턴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인다.
조성우 음악감독의 작품들 중에서 발견되는 특징 중 하나는 같은 감독들과의 연작이 많다는 것이다. 그에게 청룡영화제 음악상을 안겨준 류장하 감독의 <꽃피는 봄이 오면>은 사수(허진호 감독)와의 인연이 바탕이 된 것이며, 허진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외출>을 비롯해, 박흥식 감독의 <사랑해, 말순씨>, 이명세 감독의 <형사>의 음악을 연이어 담당한 것은 그에 대한 음악적 신뢰가 여전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성우 음악감독이 끼친 주목할만한 성과를 살펴봐야 하는데, 이것은 곧 한국 영화음악의 역사이자 발전의 문제와 직결된다.
첫째로 한국 시장을 탈피해 국제적인 감각을 모색하고 영화음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점이다. 오기환 감독의 <선물>을 작업할 때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뉴에이지 뮤지션 시크릿 가든을 초청해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게 했고(샘플로 보내준 음악을 들어본 시크릿 가든이 연주를 자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음악가로서의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2005년에는 KBS 교향악단의 제의로 기념 콘서트를 가졌는데,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이 기념비적 이벤트는 한국에서 순수영화음악의 토양을 살찌운 거장으로 발돋움한 조성우 음악감독에 대한 헌정 공연이었다.
둘째는 단 한번도 자생적인 생존기반을 다지지 못했던 한국의 영화음악이 확실한 안정적 도약의 길로 들어서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인데, 영화음악 전문 프로덕션 M&FC(Music & Film Creation)의 설립이 그 결실이다. 1999년에 설립돼 수많은 영화음악 작업을 해온 M&FC는 조성우라는 이름에 의존한 보장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소속작곡가들 간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합리적인 창작 시스템의 구축에 기반해 좀 더 체계적이고 향상된 퀄리티의 영화음악 작업이라는 긍정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타진해온 터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영화음악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알리는 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왔고 일관된 작가로서의 모습과 품위를 실천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 조성우 인터뷰
Q. 감독님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졌으면 하나요?
A. 영화음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영화음악가의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영화의 스타일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커요. 모든 작곡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정서나 작법이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영화음악이라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주제나 형식을 접하게 되고, 이런 이유로 개성보다는 영화 자체에 맞춰지는 경향이 많아요. 작곡가의 입장이라는 것이 대중을 직접 접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만난다는 사실도 늘 고려돼야 하지만 제 경우에는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점들을 극대화시키는 데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나중에 대중들에게 평가받고 싶은 것도 ‘근본적으로 이것이 조성우의 음악이다. 조성우의 스타일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다. 이러이러한 느낌의 음악을 많이 만든다’라는 보편적인 평가이고, 사실 제 음악의 스타일을 좋아해주는 팬들도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또 하나는 제가 지금까지 오리지널 스코어라는 개념의 기술적인 측면과 가치, 시장성들에 대해서 만들고 개척해오는 데 힘을 기울여왔었는데 이제 그런 노력들이 좀 인정받았으면 해요.
Q. 영화음악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A.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가장 정확하게 판단하는 거죠. 이 단계에서는 제 전공인 철학이 좀 도움이 되는 게, 철학이라는 것이 자신만의 근본적인 생각이니까요. 영화마다 음악이 필요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할까요?
두 번째는 작곡가의 역할이에요. 특정 영화에서 음악이 하는 역할을 판단하는 것과 어떤 작곡가가 하는 것이 좋으냐……. 이런 종류의 판단이죠. 작곡가의 스타일까지 생각해서 영화음악 작곡가의 개성을 살려주는 그런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꼭 도전하시고 싶었던, 향후 영화음악을 통해 표현하시고 싶은 실험이나 스타일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A. 저는 음악과 영상의 관계는 항상 조화로운 것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 두 가지가 충돌하지 않는 것이 좋은 영화음악이라고 인식해왔다는 얘긴데, 최근에는 충돌의 정서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있어요. 기존의 제 작업을 두고 ‘영상과 음악이 징그럽게 들어맞는다’라는 평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다음에는 영상과 음악을 충돌시켜보면 변화의 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죠. 물론 여기에는 계산적인 충돌도 있을 수 있고 아예 막나가게 할 수도 있을 텐데 그건 영상의 콘셉트가 결정해주는 것이겠죠?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 서정성에 기반을 두는 ‘조성우표 음악’이라고 지칭되는 방향에서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싶어요.
조영욱-친절한 영화음악, 달콤함에 접속하다
- BIOGRAPHY
‘OST가 뭔가요?’ 웬만한 인터넷 지식 검색 사이트에서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는 정보를 얻기란 그리 쉽지 않다. 영화음악과 관련된 웹사이트나 관련 서적들을 참고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적어도 조영욱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한, 과거에 흔히 사용되던 단어인 ‘영화 배경음악’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미묘한 차이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그 구분 기준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이 두 용어의 결정적인 차이를 ‘오리지낼러티’에서 찾는다. 그저 영화배경에 깔리는 음악이나 음향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해, 배경음악을 찾고 만드는 이의 의도와 오리지낼러티가 빚어낸 음악과 음향이라야 비로소 OST라고 불러줄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난 세기가 다 지나가도록, 진정한 의미의 OST는 우리나라와는 먼 곳의 일이었다. 오래 전부터 영화 산업을 자본의 공식으로 풀어온 할리우드 시스템에서나 가능한 일일 뿐, 한국의 척박한 영화 시스템에서는 꿈마저 꿀 수 없는 호사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조영욱 음악감독의 <접속>은 한국 영화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이것은 그냥 해본 접대성 멘트가 결코 아니다. 관객들은 이 영화로 인해 영화 속의 음악, OST가 매력적일 수 있음을 거의 처음으로 인지했고 사운드트랙을 구입하고 듣는 행위가 의미 있다는 사실 또한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접속>의 사운드트랙이 가치 있는 것은, 이것이 대중과의 양방향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만 전달되던 우리나라 영화음악의 흐름을 극복한 거의 최초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해 주인공들의 말을 대신하고, 인물의 심리를 구조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분명 난해한 일이다. 이 난해함을 극복하기 위해 조영욱 음악감독은 고전적인 동시에 성공확률이 높은 방법을 쓰고 있는데,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가 바로 그것이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바나나가 크게 그려진)커버아트로 무장하고 앤디 워홀만큼이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팝신에 등장했던 이들을 ‘Pale Blue Eyes라는 파편화된 이미지로만 이해하거나 평가할 수는 없다.
조영욱은 스스로의 취향을 관객들에게 던져놓고 피드백을 즐긴다. 영화의 음악을 낱낱이 해체하여 전시/조율하는 음악감독 고유의 역할을 일단 수행하고, 그 결과를 접한 관객들의 생각을 취합해 다음 작업의 자양분으로 삼는 셈인데, 이것은 음반회사에서 노래를 선곡해 팔고 반응을 살피는 음악 프로듀서(Artist & Reporter)로 일했던 그의 과거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조영욱이 영화음악의 조율에 관한 한 탁월한 시각의 소유자라는 평을 듣는 이유는 무엇보다 여화 자체의 코드를 잘 간파해내는 놀라운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전체를 전개도처럼 펴놓고 오리지널 스코어와 삽입곡들을 어떤 원칙을 두고 배치할 것인지 결정하는 탁월한 판단력과, 각 트랙들의 고유한 정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운드트랙 음반의 신화 <접속>을 뒤로하고 만들어낸 <텔미 썸딩>과 <공동경비구역 JSA>는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매우 공들여 작업된 것으로, 두 영화 모두 인상적인 ‘고전’이 삽입되고 그 곡들은 영화의 전개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조영욱 음악감독의 주목할 만한 최근의 행보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연작 2,3번째 작품을 담당하면서 순수 오리지널 스코어의 기능성을 증대시키고자 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삽입곡이나 주제가가 아무리 장황한 설계도 위에 배치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훌륭한 영화음악이 탄생할 수 없다. 실제로 영화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오리지널 스코어의 폭발력과 응집력이며, 음악에 그 두 가지 요소를 불어넣는 것은 기본에 충실한 영화음악을 만들겠다는 순수한 욕망이다. 한국에서 영화음악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부흥시키고 새로운 전기를 개척한 음악감독, 방향설정의 지침이었던 조영욱의 작업이 진화한다는 것은 이미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그의 진화는 그 자체로 ‘역사’가 되고 있다.
- 조영욱 인터뷰
Q. 작곡가들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A. 영화에 맞춰 선택을 해요. 영화의 장점과 영화가 필요로 하는 점에 맞추죠. 가요를 잘 하는 친구가 있고, 클래식을 잘 하는 친구, 화성이 뛰어난 친구, 멜로디를 잘 만드는 친구도 있고…… 여러 성향들이 있죠. 그 중에서 영화랑 잘 맞는 사람과 작업을 하는 거죠. 몇 명의 작곡가에게서 각자가 가진 장점을 뽑아내기도 하고.
Q. 꼭 도전하시고 싶었던, 향후 영화음악을 통해 표현하시고 싶은 실험이나 스타일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입니까?
A. 여러 장르의 영화를 접하고 싶어요. 멜로, 스릴러, SF, 액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여전히 흥미롭기 때문에 크든 작든 가리지 않고 꾸준히 실험할 생각이에요. 가령 영상과 사운드의 불협을 통해서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1970년대에 본 영화 중에 <르 퍼포먼스>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음악이 참 흥미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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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차 영화음악을 하고 싶어 하거나 준비하는 미래의 음악감독들에게도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영화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통용되는 문제인데, 사물을 이해하고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특히나 영화음악은 음악만 한다고 된다는 건 아니고 영화의 구성과 매체, 독해력 같은 것 등 많은 것들이 필요하죠. 그것을 스스로 쌓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을 발전시켜왔느냐는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아요. 데모테잎을 많이 보내오는데 그 중에서 같이 일할 사람을 고를때도 있죠. 그게 선배로서 제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인재를 선별해서 데뷔하도록 도와주는 거요.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