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산책

저   자
리듬
출판사
라이온북스
가   격
13000
출판일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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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 책 소개
자신의 블로그에서 500만 명이 넘는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눈 파워블로거 ‘리듬’의 독서 에세이.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명랑하게 헛헛한 밤을 위로하는 심야의책들.

그간의 독서기록 중에서 어떻게 살고, 사랑하며, 꿈꾸고, 일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 만한 53권의책들을 엄선해 엮었는데, 작가의 숨겨진 이야기나 다른 작품과의 연결까지 세심하게 알려줘 감성과 지적 호기심 모두를 충족시킨다. 그리고 짧은감상과 자신만의 생각을 덧붙여 놓은 저자는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내 안에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독서 팁도알려준다.

■ 저자리듬&nbsp&&nbsp&&nbsp&&nbsp&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22개 성 모두를여행하는 게 꿈이다. 「대학내일」 인터뷰와 「우먼센스」「쎄씨」 등에서 책벌레로 소개되며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4년 연속 네이버 책 분야파워블로거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제이콘텐트리엠앤비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나?』(공저) 등이있다. 

* 블로그: 리듬의 달콤 쌉싸름한 일상 블로그,http://nayana0725.blog.me

■ 차례
Ⅰ. 산책길 하나, 아주 보통의 어느 날
나, 지금, 여기,잘 살고 있는 걸까? -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지음 
골 때리는 영국 청년의 스펙터클 거래일주 -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코너 우드먼 지음
때로 삶은 너무 불친절해 - 『웃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실은 미치도록 살고 싶었다 - 『자살가게』, 장퇼레지음
가슴으로 사는 삶 -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어느 지식인의 바보 선언 -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마르탱 파주 지음
눈앞의 현금 50억, 당신의 선택은? - 『심플 플랜』, 스콧 스미스 지음
내 딸을 죽인 범인이 우리 반 학생입니다- 『고백』, 미나토 가나에 지음
서점에서 인생을 배운 한 남자 - 『노란 불빛의 서점』, 루이스 버즈비 지음
누군가를 판단하고평가할 권리 - 『사르키 바트만』, 레이철 홈스 지음
가난뱅이가 어때서? - 『가난뱅이의 역습』 / 『가난뱅이 난장쇼』, 마쓰모토 하지메지음
이 막장 가족이 사랑스러운 이유 -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Ⅱ. 산책길 둘,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오래된 연인들을 위하여 - 『브람스를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새벽 세 시, 당신의 이메일 -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마음속에 켜진 등불 때문에 - 『사람의 세상에서 죽다』, 리루이 지음 
당신만을 위한 박물관을 만들겠어요 - 『순수 박물관』,오르한 파묵 지음
오! 나의 뮤즈! - 『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사랑하고 사랑 받을 그대에게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지음 
그 사람과 함께라면 - 『늦어도 11월에는』, 한스 에리히 노삭 지음
이토록 아름다운 갈망 이야기 - 『은교』, 박범신지음
추남이 보내는 사랑의 세레나데 - 『시라노』, 에드몽 로스탕 지음
질투의 끝장을 보여주겠노라 -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줄리언 반스 지음
매일 밥상 엎는 남자 - 『자학의 시 1·2』, 고다 요시이에 지음
이토록 잔혹하고 끔찍한 사랑이라니! - 『내남자』,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기다림의 순간이 나를 가장 떨리게 만든다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Ⅲ. 산책길 셋, 때로는 구불구불한 꿈
과연그곳에 가면 행복할까? - 『곰스크로 가는 기차』,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결혼 꼭 해야 하냐고요? -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지음
잃어버린 꿈을 찾기 위해 - 『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신념보다 강한 것은 없다 -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 위화 지음
욕망에 흔들리는 삶에게 - 『상처받지 않을 권리』, 강신주 지음
천일야화, 그들의 이야기 - 『그날 밤의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세상과 소통하기엔 충분했다 - 『눈으로 희망을 쓰다』, 이규연·박승일 지음
오묘한 인생의 맛 -『나, 제왕의 생애』, 쑤퉁 지음
위로를 얻는 음식 이야기 - 『차별받은 식탁』, 우헤하라 요시히로 지음
신분상승을 꿈꾸는 그대에게- 『벨아미』, 기 드 모파상 지음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까 -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제스 월터 지음
드림카를 꿈꾸며 -『그 남자의 자동차』, 신동헌 지음
이야기에 미친 조선의 한 남자 - 『꾼』, 이화경 지음
이것이 당신이 원한 것입니까 - 『십자군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그림 속 완벽한 여인 - 『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그들이 꿈꿨던 세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척 코어·마빈 클로스 지음

Ⅳ. 산책길 넷, 이왕이면 남다르게
때밀이에게도 근성은 있다! - 『목욕의 신』,하일권 지음
도심 속 상자인간의 고백 - 『상자인간』, 아베 고보 지음&nbsp& 
이 남자가 일하는 법 - 『나는 궁금해미치겠다』, A.J. 제이콥스 지음 
눈먼 작가 이야기 - 『보르헤스에게 가는 길』,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15년간2,900페이지를 만들다 - 『배를 엮다』, 미우라 시온 지음&nbsp& 
대통령을 끌어내리다 -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 알리샤 C.셰퍼드 지음&nbsp& 
메디치 가문이 존경받는 이유 -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김상근 지음 
조지 오웰, 그는 왜 쓰는가?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지음 
부의 강물에 버려진 이들 -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죽어라 일해도 무시당하는 우리 -『노동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내가 글을 쓰면 누군가 죽어간다 - 『컨설턴트』, 임성순 지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 『그라민은행 이야기』, 데이비드 본스타인 지음 

리듬이 덧붙이다, 책장 귀퉁이에서 발견한 이야기들




도서요약

야밤산책


산책길 하나, 아주 보통의 어느 날

때로 삶은 너무 불친절해 - 『웃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그들의 지배를 보장하는 것은 불행을 잊게 하거나 상대화하는 능력, 그리고 따분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주는 능력이죠.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은 오늘날 가장 위대한 힘이에요. 어떤 힘도 그 힘을 능가하지 못할 겁니다. -『웃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읽기 싫어지는 것처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읽고 싶지 않은 묘한 반발심리가 있었다. 그러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은 그 쓸데없는 고집을 한 번에 무너뜨릴 만큼 매혹적이었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한다. 프랑스인이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언, 분홍색 어릿광대, 하트 모양 눈을 가진 키클롭스 등 수많은 애칭으로 불리며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다리우스 워즈니악. 그 유명 코미디언이 올림피아에서 열린 자신의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내려와 심장 발작으로 돌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전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한 코미디언의 사망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고, 경찰이 발표한 미심쩍은 그의 사망 정황은 각종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들의 설명은 이랬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 뒤에 마련된 자신의 대기실에 문을 잠그고 들어간 다리우스가 한바탕 큰 소리로 웃더니 어느 순간 웃음소리를 뚝 그치고 갑자기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는 것이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르 게퇴르 모데른」 사회부 기자인 뤼크레스는 다리우스의 죽음 뒤에 음모가 있다며 다리우스 타살설을 제시한다. 논리의 출발점은 제조업자들은 자기들이 만든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빵집 주인이 빵은 절대 안 먹고 기자들이 기사를 믿지 않듯, 웃음을 파는 코미디언들은 혼자 있을 땐 웃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뤼크레스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코미디언의 사망 뒤에 감춰진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것이 장장 두 권에 걸쳐 펼쳐지는 『웃음』의 출발점이다. 표면적으로는 그저 살인사건에 대한 추격전,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소설 같다. 하지만 1권의 절반을 넘어가는 순간 이 책이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베르나르의 무한한 상상력과 박학함에 웃음이라는 행위에 대한 깊은 고민이 더해져 한 권의 흥미진진한 철학서를 탄생시켰다. 웃음이라는 코드로 역사를 재해석하고, 웃음의 사회학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며, 웃음이라는 도구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이 소설 자체가 웃음의 성배였다.


이 책을 중간쯤 읽었을 때 한 국회의원이 개그 프로그램을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유머 기사단 총본부(소설에 등장하는 유머 수호 단체) 유머 역사 대전에 실린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그는 기원전 389년 아테네에서 희극 공연을 했는데, 그의 이야기는 주로 시사 풍자였다. 철학자와 귀족을 조롱하거나, 전쟁만 벌이고자 하는 정치인들을 풍자하거나, 사회 고정관념을 깨는 대담한 주제들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객석은 언제나 만원이었고 아테네 시민은 그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어느 날 권력자 클레온이 하수인들을 보내 극장을 봉쇄하고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죄목으로 그를 재판에 회부한다. 그리고 그는 극작가 활동 금지와 배상 책임을 받고 떠돌이 신세로 전락한다.


몇 년이 지나고 어느 날, 한 남자가 다가와 아리스토파네스에게 당신을 잘 알고 있다며 자신과 함께 어디론가 가달라고 청한다. 그리고 반신반의하며 따라간 아리스토파네스는 깜짝 놀란다. 어느 지하 공간에 모인 50여 명의 사람이 자신이 들어가자 뜨거운 박수를 보내온 것이다. 그의 유머를 잊지 못한 시민이 그를 위해 무대를 마련한 것이었다. 그들은 그가 계속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지낼 곳을 마련해주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 권력자 클레온은 권좌에서 밀려났고 아리스토파네스는 다시 작품을 무대에 올려 큰 성공을 거둔다.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와 그 고소 사건이 겹치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웃음은 원래 풍자와 해학에서 출발했다는 것, 금기를 깨고 일탈을 추구하면서 나올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어떤 권력으로도 사람들의 웃음을 막을 수 없다고 말이다. 이 땅의 웃음을 전하는 모든 이에게 마음속 깊은 감사를 전하며 웃음이라는 주제로 이토록 놀랍고 멋지며 장난기 가득한 소설을 써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산책길 둘,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사랑하고 사랑 받을 그대에게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변기에 앉아서 보낸 시간보다는, 사랑한 시간이 더 많은 인생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변기에 앉은 자신의 엉덩이가 낸 소리보다는, 더 크게…더 많이 사랑해를 외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외모지상주의 시대의 요즘이지만 사랑에 외모가 전부가 아님을 주변에서 종종 확인하게 된다. 너무나 상반되는 외모를 가진 커플들, 분명 눈에 콩깍지가 백만 겹쯤은 씌어 있을 거라고 느껴질 만큼 이해할 수 없는 연인들까지. 그들 사이에는 분명 외모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분명 빛나는 외모도 아니고, 나의 이상형도 아니지만,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풍기며 자꾸만 내 눈길을 잡는 사람. 말을 건네고 싶고, 그 사람의 주말이 궁금하고, 그 사람의 세계가 궁금한, 세상 사람 모두가 이해하지 못할 만큼 나의 마음을 온전히 빼앗은 사람. 사랑은 그렇게 예측할 수도 없고, 이해 불가능한 상태에서 찾아온다.


여기,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못생긴 외모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언제나 외톨이로 살아온 여자가 있다. 최우수 성적으로 학교 추천까지 받아 면접을 보러 가지만 외모가 안 된다는 이유로 줄줄이 낙방한다. 겨우겨우 근처 백화점에 취직해 백화점 판매원이 된 여자. 그녀는 백화점에서도 늘 혼자였고, 아무도 먼저 말을 건네지 않았다. 궂은일은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다가와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저랑 친구하지 않을래요?"


누군가에게 친절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여자와, 이상하게도 자꾸만 자신의 눈길을 끄는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은 남자는 그렇게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남자의 친구 요함까지 함께 셋은 퇴근 후면 켄터키 치킨집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그 맞은편 호프집 간판에 영문으로 쓰인 hope를 바라보며 희망이 가까이에 있음을 즐거워했다. 붐비는 인파가 싫다는 여자를 위해 11월의 첫 데이트 때 고궁에서 산책을 했고, 각자의 사정으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수 없게 되자 자신들만의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고요하고 거룩한 하루를 보냈다.


박민규는 이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가리켜 못생긴 여자를 사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했다. 하지만 난 그보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모르고 평생을 살아온 한 여자에게 당신은 충분히 사랑스럽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준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싶다.


남자는 여자에게 불을 밝혀주었다. 숨어버린 여자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고,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여자에게 밝은 세상의 기쁨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남자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현실이 아닌 상상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시한 그 사람을, 아니 곧 시시해질 한 사람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주는 거다. 그리고 서로의 그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희생하며 살아가는 거다. 서로가 노력하면서 말이다.


누군가가 이 책의 마지막은 반전이라고 했던 글을 본 적이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반전이라는 생각보다는 너무나 완벽하게 앞뒤가 들어맞는 완성도가 높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끝맺음을 할 수 있어 이 소설이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내 마음속을 지배했다. 곳곳에 박혀 있는 보석 같은 글귀들과 사랑의 단상들이 추운 겨울밤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결국 이 소설에서 박민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런 게 아닐까? 우리는 모두 세상의 시녀도 아니고 들러리도 아니라는 것. 너와 나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왕녀라는 사실 말이다.



산책길 셋, 때로는 구불구불한 꿈

그들이 꿈꿨던 세계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척 코어, 마빈 클로스 지음


스포츠는 인격을 형성하고, 사회 변혁을 가져오고, 사람들을 공동의 목표를 위해 뭉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척 코어, 마빈 클로스 지음


2010 남아공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남아공은 사실 인종차별 국가라는 이유로 1976년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제명되어 국제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나라였다. "목표는 남아공 국민 중에 단 한 명의 흑인도 남지 않는 것이다"라고 남아공의 각료였던 코르넬리우스 멀더가 선언할 만큼 그곳은 극심한 인종차별 국가였다.


1948년 백인만의 선거로 집권에 성공한 국민당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채택했다. 인종차별 정책인 이 정책은 백인의 우위를 법적으로 확실하게 다지고 흑인들을 짓밟기 위한 정책이었다. 정부는 인종 간의 결혼을 금지하고, 모든 상점에는 백인 전용을 알리는 표지판을 부착하도록 했다. 식당, 영화관, 호텔은 물론 공원과 버스정류장도 백인과 흑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 명백하게 갈렸다. 스포츠라고 예외는 없었다. 남아공 정부는 백인들로만 구성된 축구대표 팀을 만들었다(물론 국제연맹으로부터 출전을 거부당했지만). 그런데 이 인종차별주의 때문에 축구 팀이 탄생했고, 남아공이 세계 축제인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당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치범으로 구속되었다. 흑인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웠던 세딕, 리조, 토니, 마커스 역시 그렇게 로벤섬으로 오게 되었다. 로벤섬은 케이프타운 해변에서 약 10킬로미터 떨어진 바위섬으로 악명 높은 감옥이 있는 곳이었다. 2천 명이 넘는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거대한 수용소에는 갖가지 범죄를 저지르고 온 사람들이 가득했는데 가장 악질의 정치범들이 수용된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삶은 가히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없을 만큼 가혹했다.


일례로 흑인 죄수들에게는 반바지 반팔만 지급되었다. 백인 우월론자들에게 그들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개인 신발도 지급되지 않았다. 대신 신발을 수북이 쌓아놓은 신발 더미에서 매일 아침 짝이 맞는 것을 찾아 신어야 했다. 늦게 일어나기라도 하면 신발이라 부를 수도 없는 다 해진 신발을 그것도 짝도 맞지 않게 신어야 했다. 기준 식사량 역시 백인들에 비해 적었고, 그것도 그나마 식사량에 맞게 나오면 다행이었다. 대부분 먹을 수도 없는 것들이 식사량에도 못 미치게 지급되었다.


이토록 혹독한 감옥생활이었지만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축구였다. 공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간수들의 눈을 피해 자신들의 셔츠를 뭉친 후 묶어서 임시로 공을 만들었다. 그리고 간수가 오면 재빨리 원상태로 풀어놓았다. 이렇게 로벤섬 수용소에서 몰래 축구가 시작되었다. 길고 지루했던 감옥 생활에 즐거움이 찾아왔다. 침대는 한쪽으로 치워졌고, 5인 혹은 8인조 미니 경기가 매일 밤 펼쳐졌다. 그들은 축구를 꿈꾸기 시작했고, 흑인도 축구를 할 수 있다며 조용히 그들의 권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간수들은 축구를 허가해주지 않았다. 독방 생활과 갖은 핍박에도 수감자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때마침 세계에서도 남아공에 주목하고 있었다. 1961년에 FIFA는 모든 국제 경기에 백인으로만 구성된 남아공 대표 팀이 출전하는 것을 금지시켰고, 1964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 역시 인종차별의 이유로 축출되었다. 로벤섬에서 축구를 요구하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국제적십자사가 로벤섬을 방문했다. 남아공 정부는 잘 보여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수감자들은 축구할 권리를 얻어냈다.


1967년 어느 토요일 오전, 축구 경기가 시작됐다. 수감자 중 무작위로 사람을 뽑아 레인저스, 벅스 이렇게 두 팀을 만들고 경기를 시작했다. 축구화나 운동복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들은 죄수복을 입고 있었고 대부분이 맨발이었다. 경기 휘슬이 울렸다. 진짜 공으로 축구를 해본 지 3~4년이 지났고, 제대로 먹지 못해 체력은 바닥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선수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축구를 하고 있었다. 로벤섬에서 축구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로벤섬에서는 축구 리그가 시작되었다. 7개의 클럽에서 시작해 10개 클럽까지 만들어졌고, 마카나축구협회(MFA)도 생겼다. 마카나축구협회는 정관을 작성해 1969년 발표한다. FIFA의 규정과 수칙을 적용했으며 이는 그들이 로벤섬에서의 축구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올해의 축구 선수를 선정할 계획도 세우고 이적에 대한 규율도 세운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1969년 드디어 MFA의 첫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다.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로벤섬 수용소는 온통 축구 이야기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하나가 되어 있었다. 간수들도 은근히 자신들이 지지하는 팀이 이기기를 응원했고, 남몰래 선수들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국적과 배경, 피부색, 인종이나 종교적 신념의 문제를 모두 떠나 로벤섬은 하나가 되었다.


1990년,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끝내 무너지고, 새롭고 젊은 다인종 국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새롭게 탄생한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0년 당당하게 월드컵 개최국으로 전 세계 손님을 맞는다. 남아공이 월드컵 개최국이 되기까지는 이렇게 길고도 험난한 역사가, 로벤섬 수용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은 이 로벤섬 수용소의 기록이자 남아공 축구의 역사이다. 시나리오 작가답게 극적인 이야기 구성도 맛깔나게 잘했고,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로벤섬 자료를 이 잡듯 잡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낸 것도 대단했다. 한 편의 거대한 드라마를 보는 듯 했고,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었다.

이 책의 표지는 당시 로벤섬에서 축구를 했던 수감자들의 존재를 알리는 단 한 장의 사진이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지워져 알아볼 수가 없다. 남아공 정부에 그들은 한 명의 인간, 한 명의 선수가 아닌 테러리스트에 불과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들의 얼굴을 찾아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들이 꿈꾸었던 시대가 왔는데, 그들은 과연 그 감격을 맛볼 수 있었을까? 꼭 그랬기를 바라본다.



산책길 넷, 이왕이면 남다르게

메디치 가문이 존경받는 이유 -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김상근 지음


은인자중을 원칙으로 삼았던 메디치 가문의 위대한 조상 코시모는 언제나 뒤로 물러나 조용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뒤에서 조용히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다가 문제가 있으면 조용히 다가가 그 문제를 해결해내는 현자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메디치 가문의 진정한 리더십은 끝까지 은둔의 미학을 지켰던 코시모의 삶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김상근 지음


14세기 피렌체, 메디치 은행을 연 조반니 디 비치는 고민이 많았다. 당시 피렌체에는 이미 알비치, 카포니, 우차노 등의 가문이 은행 업계를 평정하고 있었고, 후발주자로 은행업에 뛰어든 메디치 가문은 뭐 하나 크게 내세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조반니는 교황청의 주거래 은행이 되어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반니는 발다사레 코사라, 후에 요한네스 23세라는 법명을 쓰게 되는 교황을 만나게 된다.


조반니는 고객에 대한 무한한 신뢰 하나로 요한네스 23세와의 거래를 시작했고 그를 지지했다. 요한네스 23세는 조반니의 바람대로 추기경에서 교황으로 자리를 잡았고, 메디치 은행은 곧 교황청의 주거래 은행이 될 참이었다. 그런데 그때 문제가 발생했다. 요한네스 23세가 전임 교황을 독살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감옥에 갇힌 것이다. 게다가 이에 대해 어마어마한 벌금까지 부과받았다. 땡전 한 푼 없는 요한네스가 손을 내밀 유일한 곳은 메디치 은행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누가 보아도 요한네스 23세가 어마어마한 돈을 갚을 길은 전혀 없었고, 그가 다시 교황청에 들어갈 리도 만무한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 누가 보아도 요한네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은행이 곧 문을 닫는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그때 조반니는 요한네스 23세에게 대출을 승낙한다. 갚지도 못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엄청난 금액의 돈을 빌려준 것뿐 아니라, 모두가 등을 돌린 그에게 손을 내밀어 의리를 지킨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교황청과 피렌체 공화국의 시민이 지켜보고 있었다. 한 번 맺은 고객과의 관계를 끝까지 지키는 의리와 신용, 부실채권까지 떠안으면서도 고객을 절대로 버리지 않은 메디치 은행의 정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지켜본 새로 선출된 교황 마르티누스 5세는 메디치 은행을 교황청 주거래 은행으로 지명한다. 마침내 메디치 가문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메디치 가문이 누구나 인정하는 가문이 된 데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당시 피렌체 정부는 새로운 조세 원칙을 제안했다. 소유 재산을 모두 등록하고 그 목록에 근거해 차등 부과하는 카타스토의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이전에는 개인의 수입을 추정하여 징수했기에 부자들에게만 유리하고, 월급쟁이들에게는 불리했던 조세 정책이 바뀐 것이다. 당연히 부자들은 들고일어났다. 기득권층은 물론 귀족들과 부호들은 이 새로운 정책을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메디치 가문은 새로운 조세 정책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카타스토의 원칙에 따라 세금을 납부하기 시작했다. 시민의 돈으로 자신들이 부를 향유한 만큼, 세금을 납부하고 사회에 되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메디치 가문은 모범적인 조세 납부로 전 피렌체 공화국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코 길지 않은 350년 동안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은 수백 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지금도 피렌체에는 메디치 가문의 흔적들로 가득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엔 메디치 가문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하다. 은행으로 시작해 두 명의 교황을 배출하고,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등 수많은 천재 예술가들이 거쳐 갔으며 피렌체 시민을 위해 각종 예술품으로 가득한 우피치 미술관을 남기고 간 메디치 가문. 그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이다.


지금 우리가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존경받는 리더가 없고, 모두가 신뢰하는 기업이 없으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사회. 이것만으로도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과 경영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며 메디치 효과라는 말을 낳은 최초로 인문경영을 시도했던 코시모 데 메디치,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이들마저 감싸 안고 용서할 줄 알았던 피엘로 데 메디치, 재능 있는 예술가들에게 아낌없는 후원으로 문화 발전에 힘을 쏟은 위대한 자 로렌초까지. 그들의 이야기 하나하나는 지금의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동시에 많은 배움을 남겨준다.


역사책을 읽는 듯 편안하고 친절하게 써내려간 저자의 글은 몰입도를 높여주고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잘 정리된 메디치 가문의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독자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주는 시간도 메디지 가문에 대한 입문서로는 손색이 없다. 또 마치 피렌체라는 도시를 걷는 듯 중간마다 배치된 사진도 보는 재미가 크다.


다시 한 번 피렌체의 거리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미리 읽고 갔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날의 피렌체 밤거리가, 거리 곳곳에서 느껴지는 메디치 가문의 흔적이 그리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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